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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이 종교박물관 국가가 된 이유

다 종교 국가 레바몬

중동 대부분의 국가는 이슬람교를 믿지만, 레바논에는 마론파 그리스도교를 비롯하여 이슬람교 종파들, 가톨릭교, 그리스 정교 등 17개나 되 는 다양한 종교가 뒤섞여 있다. 이런 이유로 레바논은 종교의 모자이크 국가, 또는 살아 있는 종교 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레바논은 이처럼 종교적으로 매우 복잡한 나라이기 때문에 각 종파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공직의 직무들을 각 종파 간의 인구 비율에 맞춰 분배하는 독특한 정치 체계를 갖고 있다. 대통령은 가장 많은 종파 인구를 가진 마론파 그리스도교가, 총리는 이슬람교 수니파가, 국회 의장은 이슬람교 시아파에서 뽑는 것을 관행으로 하고 있다. 국회의원 수 또한 종파의 비율대로 정해진다.

 

다수의 종교가 공존하게 된 이유

레바논은 11세기 말 십자군이 세운 나라 가운데 하나였고 이후 이집트 맘루크 왕조의 지배를, 1516년에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나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오스만 제국의 압제가 심해지자 프랑스가 레바논 내의 그리스도교도들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개입하여 레바논은 프랑스령이 되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열강들이 이슬람 세력을 견제할 목적으로 레바논에 그리스도교 국가를 세운 것이다. 프랑스의 보호 아래 레바논에서 그리스도교는 다시 세력을 넓혀 이슬람교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종교갈등을 겪는 레바논

레바논의 헌정 체제는 인구 수가 많은 그리스도교도가 약간의 우위를 점하는 권력 배분안에 그리스도교도와 이슬람교도가 합의하면 1943년 이래 별 무리 없이 시행되어 왔다. 하지만 이후 그리스도교도의 해외 이주와 인구 증가율 감소로 그리스도교도는 크게 줄었지만 이슬람교도는 부쩍 늘어났다.

 

조정된 인구 구성 비율로 정부 조직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슬람교도는 그리스도교 정부가 인구 조사를 하지 않자 불만이 극에 달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교 정부는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며 친서방 정책을 표방하고 헌법을 개정하면서 재집권을 꾀했다. 이에 이슬람교도들은 국민통일전선을 결성하며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 1958년 두 세력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했고 내란의 확전을 막기 위해 미국이 참전하면서 정국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 결과,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쫓겨난 난민들이 대거 레바논으로 넘어오자 레바논 그리스도교 정부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활동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1975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는 레바논 내의 이슬람교도들과 연합하여 그리스도교도에 조직적으로 대항했다. 국지적 분쟁은 곧바로 전면전이 되었다. 그러자 중동의 이슬람 맹주임을 자처하는 시리아가 사태 수습이라는 명분 아래 이스라엘 또한 그리스도교도들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정규군을 투입했다.

 

10년 넘게 지속되던 내전은 1989년 레바논의 국회 의원들이 새로운 헌법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막을 내렸다. 개혁안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국회의원 비율을 6:5에서 5:5로 변경하고 그리스도교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으로서 이슬람 세력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이었다. 이후 다소 정국이 안정되었으나 이슬람 무장 단체인 헤 즈볼라( '신의 당' 이란 뜻)와 이스라엘 사이에서는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마론파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드루즈파

마론파는 시리아에서 태동한 그리스도교의 한 교파로, 중동 일대에 약 150만 명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5세기경 수도사 성 마론St. Maroun을 따르는 신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론파는 이슬람 세력이 침입하자 산악 지대로 피신하여 은둔과 명상의 신앙생활을 하며 공동체를 유지했다.

 

십자군 전쟁에서는 이슬람에 맞서 십자군에 합류하면서 동지중해 연안에서 그리스도교 세력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마론파와 프랑스와의 관계는 각별하다. 16세기 이래의 오스만 제국의 지배 고리를 프랑스가 끊어 준 덕분에 마론파는 세력을 유지하여 레바논에 그리스도교 정부를 탄생시 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드루즈파는 이슬람교의 12개 종파 가운데 하나로, 1017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전파되기 시작하여 현재 대부분의 신자가 레바논에 거주한다.

 

이들은 알라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따르는 종파와 달리 이집트 파티마 왕조의 제6대 칼리프인 알 하킴 비 암 르 알라를 구세주로 여긴다. 이슬람교의 일파라고 하지만 이슬람의 성지 순례 기간 에도 성지 순례를 하지 않으며 라마단 금식도 하지 않아 이슬람교와 별개인 종교로 보는 이들이 많다.

레바논-지도